부처님오신날의 휴무 날이다.

최근에 지정된 보불이 있는 의성의 대곡사로 향한다. 화창한 날이다. 국도를 통해 주변풍경을 즐기며 이동한다.

이곳 대곡사는 금년 2월 보물로 지정된 범종루가 있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되고 보니 그 가치가 달라 보일는지, 아니면 보물 지정 후 주변의 변화가 있는지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찾아본다. 오늘은 석가탄신일이라 많은 불자가 방문하여 혼잡스럽지나 않을까 생각하며, 부처님 오신날 참배 드린다는 마음으로 행사와 점심시간을 피하기 위해, 군위에서 점심을 하고 다소 늦은 3시경에 사찰에 도착한다.

오후의 햇살을 맞으며 보물로 지장된 범종루로 향한다. 문화재 알림글에는 대곡사 범종각 경북 유형 문화재 제 161호 라는 안내판이 수정 되지 않았다. 이 사찰은 일주문 다음에 사천왕전이 아닌 범종루 건물을 통과하여 사찰로 들어선다.
범종루 건물 입구에서 코로나로 열체크와 인적사항을 적은 후 사찰로 들어선다. 대곡사 중창기와 사적기를 통해 고려말 공민왕 당시의 왕사인 지공대사가 창건하였다라고 기록되어 있고, 1960년 대곡사 앞 텃밭에서 출토된 금동불상의 양식이 통일신라 후기로 추정되어 사찰의 창건 시기는 신라 말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판단되며, 최소한 고려 중기 이전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대곡사는 고려 공민왕 17년(1368)에 지공선사와 나옹선사가 절을 지었으며 처음에는 대국사라 이름하였다가 다시 대곡사로 고쳐 불렀다고 한다.

문화제청의 명칭은 의성 대곡사 범종루 이다. 이곳의 안내판에는 대곡사 범종각으로 명기되어 있다. 이곳의 설명은 ‘범종을 달아놓은 건물이 단층일 경우는 범종각, 그이상일 경우 범종루라고 하지만 대곡사의 건물에서는 범종각이라 부른다’이다.
용어의 통일과 보물로의 수정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 이곳에 있던 종은 용문사에 보관 중이라 쓰여있는데 용문사가 예천의 용문사 인가 하는 또 다른 의문을 가지게 된다.

범종루에는 축하 현수막으로 이 건물이 보물로 지정 되었음을 알리고 있다.
의성 대곡사 범종루는 〈대곡사 창건 전후 사적기〉의 기록을 통해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의 병화로 전소되어 17세기 중·후반인 1644년에서 1683년 사이에 중창되었다고 전해진다.
범종루는 정면 3칸, 측면 3칸의 2층 누각 건물이다. 현존하는 누각 건축 중 17세기 전반의 것은 대부분 3칸 평면을 가지고 있고, 이후 누각 평면이 3칸에서 5칸, 7칸으로 점차 확장되어 가는 경향을 살펴볼 때 범종루는 기존에 남아 있는 누각 건축 중에서도 이른 시기인 17세기 전반의 특징을 가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누하부 기둥은 자연곡선이 살아있는 도랑주와 민흘림의 원주로 되어 있고, 누상부 기둥은 전부 민흘림의 원주로 되어있다. 누하주에 사용된 도량주는 임란 이후 목재수급의 어려움과 조선후기 자연주의 사상과 맞물려 살림집과 사찰 등에서 많이 사용된 것으로 범종루의 중창연대인 조선 중·후기의 치목수법이 잘 나타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대들보는 대개 단일부재로 쓰이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이나 범종루는 동일 크기의 부재가 2단으로 걸려 있다. 이처럼 2단의 보가 쓰이는 형식은 보기 드문 사례이며 상부 보부재가 대들보 역할을 하고, 하부 보부재는 보받침 부재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판단되며, 다른 누건축을 비롯한 사찰불전에서 찾기 어려운 사례로 특징적이라 할 수 있다.
주간에도 포를 둔 다포계 양식이나 각 정칸에 화반을 사용한 점은 주로 주심포와 익공양식에서 많이 쓰이는 형식으로 다포, 주심포, 익공의 공포양식이 고루 나타나는 절충적인 건물이라 할 수 있다. 화반은 정·측면의 정칸에 올려져 상부가구를 받고 있는데 이는 상부구조를 견디기 위한 의도적 구성이며, 정·배면이 좌·우측면보다 크고 화려하게 나타난다.
공포의 첨차와 살미의 형태, 창방을 비롯한 다수 부재의 의장적 요소 등에서 조선 중·후기의 건축적 특징이 잘 남아 있다. 특히 정·측면 정칸의 주간포를 생략하고 화반을 대체하여 절충식 양식을 가지지만 기존의 절충식 다포계 건축과 차이를 가지는 점이 주목된다. 또한 현존하는 기록을 바탕으로 창건과 중창의 근거 또한 확인 할 수 있으며, 원형을 잘 보전하고 있다. 특히 의성지역의 불교사찰이 부흥하기 시작한 17세기의 양식적 변화를 잘 간직하고 있는 문화유산으로서 누각 건축의 변천과정을 살필 수 있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
사찰로 오르면 대웅전과 다층석탑이 있다. 이탑은 경상북도 문화제 자료 제405호인 대곡사의 대웅전 앞에 있는 다층석탑으로, 탑몸을 점판암으로 만든 청석탑(靑石塔)이다.

이 탑은 전체 높이가 173㎝로서, 상륜부는 없어졌으나 화강암으로 된 기단부와 점판암으로 된 탑신부는 약간의 손상을 입은 상태로 남아 있다. 땅에 맞닿아 탑의 토대가 되는 기단부의 바닥돌은 사각의 돌로 되어 있고 그 위에 함께 기단부를 형성하는 하대석이나 중대석, 연화대좌, 상대석이 차례로 놓여져 있다. 탑신부는 현재 12층이 남아 있는데 각층은 몸돌은 없고 지붕돌(옥개석)만 쌓여 있는 상태이다.
각층의 지붕돌은 위로 갈수록 일정한 비율로 축소되어 있는데 6층과 7층은 체감비율이 급격히 줄어 들어 그 사이 한층의 지붕돌이 없어진 것 같아 원래는 13층을 이루었으리라 짐작된다. 대곡사 다층석탑은 해인사 원당암 다층석탑(보물 제518호)보다는 조금 늦은 고려 초기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짐작되는데, 적어도 그 시기가 11세기를 넘지 않을 것으로 추정한다. 각층의 몸돌이 남아 있지 않고 지붕돌도 약간의 손상을 입었지만 12층까지의 지붕돌이 온전하게 남아 있어 고려 초기의 청석탑의 양식을 잘 보여 준다.

부처님 오신날을 위해 달아놓은 연등 사이로 보이는 대웅전은 이 사찰의 또 다른 보물이다.
의성 대곡사의 중심 불전인 대웅전은 보물 제 1931 호 인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다포계양식 으로 1687년(숙종 13)에 태전선사가(太顚禪師)가 다시 중건 하였다. 내부의 불단이 후열 평주선보다 뒤쪽에 위치했는데 이런 불단의 위치는 평면구성이 같은 다포계 팔작 불전에서는 18세기 이후 점차 줄어드는 모습으로 중건(17세기 후반) 당시의 건축사적 경향을 읽게 한다.


또한 후면 서측 협칸에는 영쌍창구조(창호 중간에 기둥을 두어 창문이 두 개처럼 보이게 한 창)가 있고 좌․우측면과 배면의 벽체에 중인방 없이 세로 벽선을 세웠으며 정면과 양측면의 기둥뿌리에는 쪽마루가 설치되었던 것으로 보이는 큰 구멍이 있는데, 불전 정면에 마루를 둔 예나 영쌍창과 세로벽선은 18세기 이전 건물에서 주로 찾아 볼 수 있는 고식이다.

다포계 형식의 포작은 내외 3출목이며 건물의 전후 좌우면 기둥간격을 동일하게 하고, 주간에 두구씩의 공포를 배치하여 지붕 하중을 안정되게 받게 하였으며 이로 인해 건축공간계획과 구조계획이 함께 설계된 세심하고 능숙한 기법을 볼 수 있다. 기둥이나 보 등의 구조부재는 섬세한 가공이나 미적 의장성은 최소화하고, 가구의 구조형식은 간결하면서 명확하게 결구되어 있다.

대곡사 대웅전의 특징으로 들 수 있는 공포의 동일한 내외출목수, 배면 개구부의 창호구성(영쌍창), 불단의 배치, 건물 정면의 외부 마루 흔적 등은 중건 당시의 시기적 경향을 읽을 수 있는 모습으로 의성 지역의 불교사찰이 부흥하기 시작한 시대의 양식 변화를 살펴 볼 수 있는 자료로서 건축사적 가치가 크다.

이곳에는 보물외에도 유형 문화재로 지장보살도 와 삼화상. 조사 진영이 있다 그리고 대곡사 적조암 구포루와 명부전 같은 경북 문화재 자료도 있다.
대웅전 안에는 금동 석가여래 삼존상이 주불로 봉안되어 있고, 그 좌우에는 소조(塑造)로 된 13위의 소형 여래 좌상이 놓여 있으며, 석가여래 삼존불과 후불탱화, 신중 탱화 등이 봉안되어 있다.

명부전은 정면 5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 양식이다.

나한전(羅漢殿)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 전각이며, 산신각(山神閣)은 정면과 측면 각 1칸씩의 맞배지붕 전각이다.
1647년(인조 25)에 건립된 적조암은 원래는 지공 선사, 나옹 선사, 무학 대사를 함께 그린 영정 1점과 청허 서산 대사, 유정 사명 대사, 연화당의 영정 등 4점의 영정을 보관한 영정각 이었으나 지금은 선방으로 사용하고 있다.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작년에는 이 날만 산문을 연다는 문경의 봉암사를 찾았으나, 올해는 범종루가 보물로 지정되어 가장 뜻깊은 부처님오신날을 맞았을 대곡사를 찾았다. 행사를 볼 수는 없었으나 그 시간 까지 사찰을 지키는 신도들의 환한 얼굴을 보니, 금년은 이 사찰이 축복을 받은 것은 확실 하다.
몇몇 보물인 괘불은 볼 기회가 없는데, 부처님오신날에는 보물로 지정된 괘불을 거는 사찰이 있어, 부처님오신날에는 가보고자 한 곳이 있었으나 , 올해 문득 대곡사를 다시 찾아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곳에 오게 된 것은 이곳과의 알지 못하는 인연이 아니었는지...
이전의 방문에 절 앞에 서있는 독특한 범종루의 전경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음을 기억해 본다. 보물이 아니면 지나치기 쉬운 유형문화재가 보물로 지정되는 것을 보아 온 터라 유형문화재가 보물로 지정될 것을 점쳐보는데, 이 범종루가 그중 하나였다.
지정된 날 이를 예상한 만족감은 문화재를 찾아보며 느끼는 또 다른 묘미와 즐거움이다. 어느날 기록이 발견되거나, 새로이 가치를 인정받아 보물로 지정될지도 모르는 많은 문화재가 있다. 우리는 국보나 보물이 아니더라도 유형문화재, 문화재 자료 등과 알려지지 않은 작은 조상들의 유품 유물을 잘 보관 보전하여야 한다. 이곳의 벙종각, 범종루가 보물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던 자신을 대견해 하면서 혼자 미소 지으며 사찰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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